열흘간의 즐거웠던 이탈리아 여행을 마친 후, 소회도 나누고 감사인사도 전할 겸 몇 자 남깁니다.

혼자하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패키지여행은 상상도 않던 때가 있었는데, 디자인 유럽과 벌써 두 번째 연을 맺었네요 :)

언니가 디유 두 번째 여행으로 이탈리아를 제안했을 때 사실 조금 망설였었습니다. 예전에 여행했던 곳인데다, 심지어 다시 올 일 있겠냐며 정말 살뜰히 돌아봤었거든요 ^^;

지난 추억들이 섞이고 덮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기우였습니다. 이탈리아는 변함없었지만, 저는 그 때의 제가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첫 이탈리아 여행 후로 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

 

작년 여름의 시작에 여행신청을 하고, 해 바뀌면 연락 오겠지 하며 잊고 있던 여행이었는데, 정신없이 살다보니 2020년이었고 여행은 코 앞이었어요. 여행공부는 따로 할 짬이 없어 이전 여행 때 썼던 일기장을 꺼내봤는데, 아... 잠시 아득해졌었습니다ㅠ 오래 전 이라 이탈리아에 대해 좋은 기억만 남아 있었는데, 당시의 기록은 첫 장 부터 아주 처절하더라구요ㅠㅎㅎ 로마 도착한 첫 날 ‘캐리어 바퀴 두 개 정도는 내 거 아니라 생각하고 여행해야겠다’ 라고 적어둔 구절을 보자 묻어두었던 진실의 로마가 생각났어요ㅠ 돌길에 캐리어 끌고 다니다 손에 굳은살까지 박혔었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니ㅠㅎㅎ

언니에게 여러모로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고 이탈리아로 출발했지만 숙소에 도착하자 저만 좀 우스워졌습니다. 디자인 유럽을 통한 첫 여행에서 알아차렸다시피 디유의 숙소 센스는 최고였거든요. 모든 숙소가 역에서 도보 1~5분 내에 있는데다 돌 박힌 길은 한 번도 지나질 않아서 여기가 이탈리아 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탈리아 숙소 컨디션이야 익히 알고 있기에 가깝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웬 걸요. 숙소 퀄리티도 정말 좋았답니다. 베네치아 호텔은 양해 말씀까지 따로 주셨었지만 저는 제일 좋았던 곳이 베네치아 호텔이었어요. 오래된 건물이지만 객실의 예스런 디자인과 색감이 인상적이어서 여행하면서 숙소 안에서 인증샷 찍은 곳은 베네치아가 유일했습니다. 한국에서 너무 규칙적인(?) 생활을 한 탓인지 비행에 지친 첫 날 빼고는 전부 2~3시간 밖에 못잤었거든요. 새벽 한 두시에 깨서 긴긴밤 할 일 없이 멍 때리곤 했었는데, 베네치아 호텔에서는 밤새 운하뷰(!)를 즐기며 나름 운치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 

시차적응 실패로 여행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됐었는데, 디자인 유럽의 스케줄은 욕심 많은 여행객이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일정을 유지하면서도 체력도 아낄 수 있는 센스가 곳곳에 숨어있었습니다. 지칠만하면 택시, 벤츠투어 차량 등을 제공해주셔서 쌩쌩하게 놀다올 수 있었어요. 로마서 종일 놀다 야경투어까지 끝낸 후 택시타고 쓩~ 오는데, 진짜 디유 대박감동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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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여행하기에 체력적으로 힘든 곳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남북으로 긴데다 중요도시는 드문드문 위치해 있고 중간 중간 탐나는 여행지도 많아서 욕심 부리면 끝도 없고 지치기 쉬운 것 같아요. 이동은 기차가 최선의 방법인데 이번 여행은 1등석에서 편안히 즐기며 이동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은 소매치기가 많아서 길을 다닐 때는 물론이고 기차 안에서도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여행해야 하는데, 인솔자님, 가이드님께서 기차칸 앞 뒤에서 든든히 지켜봐주시니 난생 처음 긴장 풀고 기차여행을 만끽했던 거 같아요. 기차 안에서 뿐만 아니라 길에서, 지하철에서도 매의 눈으로 지켜봐주셔서 그 테두리 안에서 만큼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 여행에 혼자 로마 들어왔을 때, 비행기 연착으로 떼르미니역에 새벽 1시에 도착했었었어요;;;; 그때는 막연히 소매치기 조심해야지 생각할 정도로 치안의 심각성을 잘 몰랐고, 그간 별일 없이 여행을 해왔던터라 제 할 일 다 하고 다녔었는데, 인솔자님과 가이드님들의 주의당부를 듣다보니 그 때의 나는 진짜 운이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쪼록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항상 조심하셔서 무탈한 여행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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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는 세 분의 가이드 님이 함께 해주셨는데 로마, 바티칸에서는 이지연 가이드님께서 3일간 동행해주셨었습니다. 취향과 관심도가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정보전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주의집중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가이드님의 에너지와 센스에 감탄했었어요. 혼자 여행하다보면 진짜 별의별 인간을 다 보는데 특히 성희롱 당할 땐 진짜 힘들거든요. 나는 혼자인데 앞뒤 안보고 따졌다가는 보복당할 거 같고 그냥 지나치자니 속이 부글부글하고 -_-+ 바티칸 투어 하던 날 몇 대 때려주고 싶던 놈이 시비를 거는데 가이드님께서 강단 있게 대하시는 거 보고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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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에서는 박마리안나 가이드님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단정하지만 힘 있는 말씀들이 인상적인 분이셨는데, 그 중 그림은 사진 찍는 사람보단 감상하려는 사람에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좋아하는 그림을 보러가도 다른 사람 방해되지 않게 신경쓰느라 충분히 즐기지 못한 때가 더러 있었는데, 그런 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너무 사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에서 해박한 가이드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짧아서 너무 아쉬웠었어요.  

대신 피렌체 자유일정 동안 언니와 각자 개인시간 보내면서 미켈란젤로 언덕 석양을 봤기 때문에 너무 서운해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지난 여행 그곳에서 혼자 석양을 보며 보낸 시간이 참 소중했어서 꼭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해가 넘어갈 즈음 언덕을 올라 해가 다 떨어질 때까지 피렌체의 석양을 즐겼어요. 여행하면서 도시 하나, 장소 하나를 정해 그 곳만의 BGM 만드는 걸 자주 하는데요, 그 곳에, 지금 내 기분에 어울리는 곡을 무한반복 하다보면 나중에는 그 음악을 듣기만 해도 그 곳이 생생히 그려지거든요 :)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냄새, 온도까지 다시 느낄 수 있으니 여행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해보세요! 여행은 끝이 났지만 자기 전에 미켈란젤로 언덕의 BGM을 듣고 있으면 이 깜깜한 밤이 한국의 것인지 피렌체의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답니다 :)

여행 전부터 언니와 곤돌라를 타면 Il libro del amore를 듣자고도 약속했었는데, 괜히 주저주저하다 결국 1절만 들었지만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노래가 나오니 곤돌리에께서 엄지 척! 해주면서 흥얼거리셔서 더 즐거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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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자인 유럽에서 추천해주신 베네치아 공연도 강력 추천합니다. 저희는 비발디 사계 실내악 공연을 들었는데, 천장 높은 고건물의 크지 않은 방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울림이 정말 멋진데다 연주자들의 활 튕기는 움직임, 현 위를 움직이는 손가락까지 다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유일한 동양인 관객 둘이 넋 놓고 쳐다보고 물개박수를 쳐서 그런지 연주자 분들이 알은체하며 인사 주기도 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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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밀라노 가이드는 권혜민 가이드님이셨는데, 동네 놀러온 고향 사람 맞아주시는 듯 친근한 가이드님이셨습니다. 말씀에 베니스에 대한 큰 애정이 느껴졌고, 거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권가이드님, 베니스에서 멀리 밀라노까지 가이드해주시고 공항까지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예쁜 곳에서 손수 사진도 다 찍어주셨는데 비루한 사지로 가이드님의 연출력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했어요 ^^;  

 

이번 여행 중 잊지 못할 일이 있었는데요, 로마에서 생일을 맞은 덕에 호텔 측에서 와인과 생일축하 카드를 보내주셨었어요!!!ㅠㅎㅎ 타국에서 받은 뜻밖의 생일 축하에 들뜬 기분도 잠시, 저는 곧 빠지지 않는 와인 코르크 마개와 사투를 벌이게 되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ㅋㅋ 오프너를 잡고 한참을 낑낑대는데 희미한 불빛 아래 코르크 마개가 빨간 듯 해서 보니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ㅠㅠㅠㅋㅋㅋ 언니는 와인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와인을 줘도 못 먹은 사실이 알려지면 부끄러우니 와인 유기할 장소나 알아보라고 성화였죠ㅠㅠㅠㅠㅋㅋㅋㅋ 하지만 무려 로마에서 받은 생일와인을 못 열어서 마시지 못하는 건 제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왠지 이대로 포기하면 올 한해 꼬이는 일이 생길 때마다 지금의 이 실패를 떠올릴 것 같았거든요ㅠ 이 여행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열망으로 한참을 낑낑대다 자정 전, 생일이 지나기 전에 결국 와인 개봉 성공 했습니다ㅋ 언니랑 둘이 코르크 마개를 붙잡고 여기 관찰카메라만 있으면 '얼간이 자매'라는 자막이 쓰여졌을 거라고 깔깔댔던 로마의 밤은 정말 잊지 못할 거 같아요 ^^  

 

여행 진행 잘 살펴주신 서주혜 담당자님, 부탁하신 파일은 로마까지 꼭 끌어안고 가서 잘 전달했구요ㅎ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설명주시고 의문사항 명쾌히 답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다음 여행은 그리스로 떠나볼까 합니다 ^^ 디자인 유럽 계속 번창하셔서 더 좋은 프로그램 많이 부탁드릴께요. 감사합니다!